지난 글에서 임신 중 체중 증가가 적정 수준을 초과해서 임신 막달까지 20kg 이상 늘어난 경우 자연분만을 곤란하게 만드는 위험 요인도 함께 늘어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산후에 여러 합병증을 겪을 위험이 증가하고, 분만 과정에서 잘 나오지 못하는 아기를 꺼내기 위해 겸자나 진공 추출 같은 도구 사용으로 아기가 다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구요. 회음부 파열이나 회음부 절개가 과도하게 일어날 수 있으며, 분만 진행이 전반적으로 너무 느려질 수 있다고 했죠. 게다가 태아의 자세가 불량해져서 자연분만 중 산모가 극심한 고통을 겪을 수 있고, 견갑 난산이 일어나 엄청나게 고생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태아가 엄마의 골반을 통과하지 못할만큼 거대아로 커진 경우엔 아예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되는데요.
태아의 자세가 불량하거나 거대아인 경우라면 막달 초음파 검사에서 충분히 알 수 있어서 굳이 자분을 시도하지 않고 그냥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할 수 있는데요. 견갑 난산이나 너무 느린 진행, 겸자가 진공 추출, 회음부 파열 관련해선 분만을 시도하기 전엔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보니, 요즘은 태아 체중이 3.5kg를 넘는다 싶으면 임신 37~38주쯤에 유도분만을 시도하거나 제왕절개 수술을 권하곤 합니다. 난산 케이스는 산모와 태아는 물론이고 산과 의료인에게도 분만 과정이 너무나 힘들고 고된 일이라서 굳이 모험?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너무 강해진 탓이죠.
임신 중 체중 증가가 과도해서 도저히 자연분만을 무난하게 진행하기 어렵겠다 싶을 경우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 건 사실 충분히 납득할만한 일인데요. 그렇다면 제왕절개 수술로 아기를 낳으면 만사 OK일까요?
일단 고위험 케이스일 때 아기를 무사히 꺼내는 것만 생각한다면 제왕절개가 가장 안전한 방법임에 틀림 없는데요. 비록 제왕절개 수술로 아기를 무사히 꺼낼 순 있더라도, 임신 중 과도한 체중 증가 문제로 제왕절개를 하는 경우 수술 과정과 수술 결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어요.
임신 중 과도한 체중 증가가 제왕절개 수술에 미치는 악역향
임신 중 과도한 체중 증가 문제로 제왕절개를 하는 경우, 복부 및 자궁 절개 후 태아를 꺼내는 데 드는 시간이 다른 경우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요. “수술 소요 시간이 길어진다”는 말은 지나치게 함축된 표현이고, 수술 과정의 디테일로 들어가면 수술 시간이 길어지는만큼 수술을 받고 있는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가해지는 데미지가 커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왕절개에 소요되는 전체 수술 시간이 60분 이상 진행될 수 있구요. 수술 중 발생하는 출혈량이 1000ml 이상 발생할 수 있기도 하죠. 그리고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 높은 편이에요.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후 산모의 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으로 자궁내막염, 출혈, 혈전, 마취 부작용, 수술 부위 유착 등이 있구요. 향후 임신을 했을 때 전치 태반이나 유착 태반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이에 대해 좀더 자세히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아요.
- 감염: 절개 부위나 자궁 혹은 방광이나 여타 내장 기관이 감염될 수 있어요. 이 위험은 질식 분만을 한 여성보다 제왕절개를 한 여성에서 더 높은 편이에요.
- 과도한 출혈: 제왕절개 수술을 할 때 심한 출혈이 일어날 위험이 있어서 수혈을 받아야 할 수도 있어요.
- 마취 부작용: 마취는 심한 두통, 메스꺼움, 드물게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포함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요.
- 혈전: 정맥 내부, 특히 다리나 골반 장기에 혈전이 생길 위험은 질식분만 후보다 제왕절개 후 더 큰 편이에요.
- 상처 합병증: 여기에는 수술 부위의 감염, 혈종(상처 내 혈액 응고) 또는 상처 열개(상처 가장자리 분리)가 포함될 수 있어요.
- 유착: 흉터 조직은 제왕절개 후 복부 내에 형성될 수 있으며, 이는 장의 막힘이나 향후 수술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 외과적 손상: 드물기는 하지만 수술로 인해 방광이나 창자와 같은 다른 장기에 손상을 입힐 가능성이 있어요.
- 산후 우울증: 자연분만 후에도 발생할 수 있지만, 제왕절개 후 산후 우울증 위험이 더 높을 수 있어요.
- 더 긴 회복 기간: 제왕절개에서 회복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자연 분만보다 더 오래 걸리는 편이라서, 엄마가 갓 태어난 아기를 돌보는 게 많이 힘들어요.
- 향후 임신의 위험: 일단 제왕절개를 하고 나면 나중에 임신을 했을 때 또 제왕절개를 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편이에요. 게다가 제왕절개 수술로 인해 전치 태반(태반이 자궁경부를 덮고 있는 것)과 유착 태반(태반이 자궁벽으로 너무 깊게 자라는 것)을 포함한 태반 문제의 위험을 높은 편이에요.
물론 위 내용은 제왕절개 수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주목해서 쓴 것이라서 부정적인 내용들만 잔뜩 있긴 한데요.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는다고 모두가 다 이런 일을 겪는 건 아니고, 만에 하나 이런 위험을 겪을 확률이 자연분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걸 이해해주시기 바래요.
아무튼 그래서 임신 중 체중 증가는 어떤 출산 방식으로 아기를 낳든 여러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요. 그래서 선택제왕을 결정한 경우라도 이왕이면 좀더 좋은 컨디션으로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꾸준한 식단관리와 운동이 필요해요. 그래야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을 최소로 낮출 수 있구요. 수술 후 회복 차원에서도 임신 기간에 얼마나 관리했느냐에 따라 장기간 고생할 수 있고, 회복이 무난하게 잘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리고 지금 이미 임신 막달이고 체중이 너무 많이 늘어난 경우라 하더라도, 너무 자책하거나 좌절하지 않으시기 바라구요. 컨디션 관리에 늦은 때라는 건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좀더 건강한 식생활을 시작하기로 하고 조금이라더 더 좋은 컨디션으로 순산하게 되길 바래요.